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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5 :: 과식과 미식이 몸을 망친다
  2. 2015.04.05 :: 겨울철 허약한 콩팥을 보양하는 광나무
  3. 2015.03.24 :: 25년된 위장병으로 고추장으로 완치하다.
약초꾼 최진규 칼럼 2015. 4. 5. 14:21

과식과 미식이 몸을 망친다 

 

글·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회장


올바른 섭생, 이렇게 하라 

식위천(食爲天)이란 말이 있다. 음식이 곧 하늘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생명을 영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먹지 않으면목숨을 이어 갈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먹지 않고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음식을 잘못 먹으면 온갖 병에 걸려서 일찍 죽고, 음식을 잘 먹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있다. ‘약왕(藥王)’으로칭송을 받는 중국 당나라 때의 의학자 손사막은 “사람이 만 가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요절하는 것은 음식을대부분 잘못 먹기 때문(萬病橫生 年命橫夭, 多有飮食之患)이다”라고 했다. 청나라때의 명의 서대춘은 “예로부터 좋은 음식과 좋은 의복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괴상한 병에 걸리고, 전쟁에서 꼭 이기려는 사람은 반드시 재앙을 만난다(古人好服食者 必生奇疾, 猶之好戰勝者 必有奇殃)”고 했다.


그렇다면 음식을 어떻게 먹는 것이 잘못 먹는 것일까? 그 첫째는 과식이고, 둘째는 편식이며 셋째는 함부로 먹는 것이다.




▲나물 위주로섭취하되 소식해야 무병장수할 수 있다.


결코 지나치게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

가장 나쁜 것은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이다. 곧 인위적으로 맛있게 한 음식과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다. 요즘 물질문명이 발달해 먹을거리가 풍성해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 미식(美食)이 가장 크게몸을 망가뜨린다. 입을 위하다 보면 몸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원나라 때의 명의 주진형(朱震亨)은 <격치여론(格致餘論)>이라는책에서 “다섯 가지 맛있는 것을 지나치게 먹으면 몸에서 질병이 산봉우리처럼 일어난다(五味之過 疾病蜂起)”고 했다.


우리 전통의학에서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오리고기, 생선 등을 기름에 튀기거나, 불에 굽거나, 삶거나, 볶거나할 것 없이 많이 먹으면 내열이 생겨 발열독(發熱毒), 개선(疥癬), 담열(痰熱), 옹(癰), 소갈(消渴), 통종(痛腫)과 수종(水腫)이 생긴다고했다. 이를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고지혈증(高脂血症), 비만증,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통풍(痛風) 같은 질병들이다.


편식(偏食) 역시 과식과 같은 것이다. 어느 한 가지 음식만을 많이 먹으면 영양결핍과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신진대사가문란해지고 면역기능이 감퇴해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서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 


이를테면 짠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액이 굳어지고 얼굴빛이 창백해진다. 쓴 음식을 너무많이 먹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이 생기를 잃고 푸석푸석 부서진다. 매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근육에 경련이 생기고 손톱과 발톱이 얇아져서 부서지기 쉽다. 신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피부에 딱딱한점 같은 것이 생기고 못이 박힌다. 그리고 입술이 건조해져서 갈라지고 피가 난다. 달콤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뼈가 물러지고 머리카락이 빠진다. 


그렇다면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몸을 건강하게 하고 온갖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까? 2,000년전에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지은 손자(孫子)는군대는 숫자가 많다고 해서 강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음식은 적게 먹고 절도 있게 먹을 것이며 미식을피해야 한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 다섯 가지 원칙

음식을 먹을 때 다음의 다섯 가지 원칙을 지켜야 건강할 수 있다.


첫째, 음식을 배부르도록 먹지 말고, 미식(美食)에 유혹되지말며, 편식하지 않는다.


주식을 채식으로 하되 곡식과 야채를 알맞게 섞어서 먹는다. 끼니 때마다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 간장, 김치를 빼 놓고 먹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전통 염장 발효식품을같이 먹어야 몸속에서 부족한 효소를 보충할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은 많이 먹으면 소화하기가 힘들다. 


옛말에 ‘배고플 때 먹고, 갈증이 날 때 마시며, 조금씩 자주 먹고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라. 저녁을 조금만 먹고자면 99세까지 살 수 있다’고 했다. 


둘째,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이좋다. 가능하면 아침을 거르지 말고 저녁은 늦게 먹지 말라.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 음식물이위속에 들어가 소화될 때까지 네다섯 시간이 걸린다. 아침은 오전 7시전후에, 점심은 낮 12시 전후에, 저녁은 오후 6시 전후에 먹는 것이 좋다.


셋째, 양을 적게 먹고 몸에 해로운음식은 아주 조금만 먹거나 아예 먹지 않는다.


모든 고기, 달걀, 우유, 커피, 설탕, 술, 인스턴트식품 같은 것들은 전혀 먹지 않으면 가장 좋고, 어쩔 수 없이 먹더라도 조금만 먹는 것이 몸에 이롭다.


중국 원나라 때 명의인 주단계(朱丹溪)는 ‘술과 고기와 매운 음식과 너무 뜨거운 음식과 단 음식과 불에 구운 음식과 기름에 볶은 음식은 피하라’고 했다. 


넷째, 음식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해서먹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야 한다.


위와 비장은 따뜻한 것을 좋아하고 찬 것을 싫어한다.그러므로 여름이건 겨울이건 상관없이 음식물은 늘 따뜻하게 해서 먹어야 된다. 전기밥솥이없던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밥공기를 이불로 싸서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 두었다. 딱딱한 음식이나 차가운 음식은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음식은 꼭꼭씹어 먹어야 영양이 제대로 흡수된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들의 음식은 푹 익혀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먹어야 한다.


중국 송나라 때의 시인 육유는 만년에 죽에 관하여 관심이 많았다. 그는 ‘식죽(食粥)’ 이란 시를지었는데, 그 시에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장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무도 장수의 비결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나한테신선처럼 되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오직 죽을 끓여서 먹는 법이다’라고 했다.


다섯째, 깨끗한 음식과 신선한 음식을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상하거나 쉰밥을 먹지 말고, 날곡식을 먹지말 것이며, 썩은 음식물을 먹지 말고, 급성 전염병이나 돌림병에걸려서 죽은 소나 돼지나 양과 닭고기는 먹지 말 것이며, 땅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 먹지 말아야 한다. 병원균이 몸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음식물을 절제하는 것 못지않게 음식을 먹는 습관 또한 중요하다. 대략 음식을 먹을 때는다음과 같은 것을 지켜야 한다. ‘식사할 때 말을 많이 하지 말 것.밥을 먹은 후 급히 걷지 말고 천천히 걸을 것. 배부른 상태에서 잠을 자지 말 것. 밥을 먹고 난 후 배를 손바닥으로 살살 문질러 줄 것 등이다. 이렇게하면 먹은 것이 소화흡수가 잘되어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는다. 



궁중음식이 최악의 음식


▲ 불에 구운 고기는 가능하면 먹지 말되, 정녕코 먹고 싶으면 조금만 취해야 한다.

옛날에 90세가 되었으나 젊은이 못지않게건강한 한 노인이 있었다. 사람들이 찾아가서 오래 사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대답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음식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그 첫째가 궁중음식(宮中飮食)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로 쓰면 안 되는 약은 궁중의약이다.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의학이 있다면 궁중의학일 것이다. 궁궐요리, 궁중음식, 궁궐에서 먹는 술, 어주(御酒)… 이런 것들이 가장 나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스물일곱 명 임금의 평균 수명이 37세였다. 궁중에는임금 한 사람의 몸을 돌보기 위한 의사, 곧 어의(御醫)가 늘 150여 명이 있었고, 임금님의밥상을 차려 주는 일을 맡은 지밀상궁이 200명이 늘 궁궐에 있었다.이 어의(御醫)와 지밀상궁이 임금의 몸을 망친것이 아닌가. 그들은 임금한테 늘 최고의 보약과 가장 맛있는 미식과 향기로운 술, 고량진미(膏粱珍味)를대접했다. 그 때문에 영양과잉과 불균형으로 임금들이 몸 안에 쓰레기와 독이 쌓여서 빨리 죽은 것이 아닌가.


조선의 임금들은 잦은 식사에 혹사를 당했다. 말이 식사지,‘음식의 테러’나 마찬가지였다. 많게는 하루 7끼까지 먹어야 했다. 오전 7시우유를 주재료로 만든 타락죽을 주축으로 한 초조반상, 오전 10시에 12첩 반상으로 된 아침수라, 오후1시에는 국수를 축으로 한 낮것, 오후 5시다시 12첩 반상으로 된 저녁수라, 밤에는 야참, 주안상과 다과상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래서 왕들이 단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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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 최진규 칼럼 2015. 4. 5. 14:13

한련초와 더불어 복용하면 특효 



겨울은 수장(收藏)의 계절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문을 닫아 걸고 휴식한다. 음기(陰氣)는 왕성하고 양기(陽氣)는 잠들어 있다. 산하대지(山河大地)가 모두 움츠러들어 잠을 잔다. 산천초목(山川草木)의 모든 기운이 땅 속에서 잠들어 있고, 오소리와 곰, 개구리, 도마뱀 같은 동물도 땅속의 굴혈(掘穴)에서 몸을 웅크리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겨울을 업신여긴다고 하여 능동초(凌冬草)라 부르는 보리싹조차 엄동설한에는 파랗게 얼어붙은 채 생장을 멈추고 잠들어 있다. 


천인상응(天人相應)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몸도 겨울에는 기후에 상응해 신진대사 기능이 느려진다. 신체의 모든 기능이 반쯤 잠들어 있는 것이다. 사람도 자연의 변화에 보조를 맞추어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서 푹 쉬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밤이 길다. 사람들이 잠을 많이 자도록 조물주는 밤을 길게 만들어 놓았다. 


겨울철에는 초저녁에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일찍 잠자리에 들면 양기(陽氣)가 충만해지고 늦도록 자면 음기(陰氣)가 보양(補養)되어 음양(陰陽)이 평형을 이룬다. 음양이 평형을 이루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양기가 모자라는 사람은 일찍 잠드는 것이 좋고 음기가 부족한 사람은 늦게까지 자는 것이 좋은데 이는 겨울철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겨울은 날이 춥고 햇볕이 부족하다. 겨울철 한랭(寒冷)한 기후를 한사(寒邪)라고 한다. 한사는 양기를 상하게 한다. 양기가 상하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병이 난다. 겨울철에 신장의 양기를 보양하면 한사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신장에 양기가 충만하면 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해진다. 신장의 양기가 약해지면 신진대사 기능이 문란해져서 병이 생긴다. 그러므로 겨울에는 신장을 조양해야 한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 ‘겨울에 폐를 보양하지 않으면 신장이 상하고 다음해 봄에 기운이 부족해 위장에 병이 생긴다(冬氣之應 養藏之道也 逆之則傷腎 春爲痿厥 奉生者少)’고 했다. 


옛 속담에도 ‘겨울철에 보신을 잘 하면 다음해 봄에 호랑이도 때려잡을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나고 겨울철에 보신을 못 하면 다음해 병이 나서 고생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겨울 동안 충분히 쉬면서 신장의 기운을 보충하지 못하면 이듬해에 건강에 심각한 탈이 생긴다. 휴대전화기의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시키지 못하면 그 다음날 휴대전화기를 쓸 수 없는 것과 같다.



광나무 열매는 신장을 보양한다


겨울철 신장에 양기를 보양하는 데에 가장 좋은 것이 광나무 열매다. 광나무 열매를 여정자(女貞子)라 부른다. 광나무 열매는 한겨울에 까맣게 익는다. 광나무는 이른 봄부터 겨울까지 잎에서 햇빛을 받아들여 열매에 저장한다. 광나무 열매에는 일 년 동안 받아들인 햇볕이 가득 충전되어 있다. 음기가 가장 왕성한 계절에 저 홀로 양기를 가득 품고 있는 것이 광나무 열매다. 


광나무 열매는 동짓달 동짓날 자시(子時)에 채취해야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한다. 동짓날 자정은 한 해 중에서 음의 기운이 극(極)에 달한 때이다. 음기가 가장 강할 때 광나무의 양기도 가장 강해진다. 


광나무는 모든 나무 열매와 곡식 중에서 빛깔이 가장 검다. 쥐눈이콩이나 검정깨는 겉만 검지만 광나무 열매는 겉과 속이 다 까맣다. 광나무 열매는 모든 검은 열매 중에서 가장 검다. 검은 빛깔을 오색지모(五色之母), 곧 모든 색깔의 어머니라고 한다. 검은색에는 모든 색이 다 들어 있어서 오장(五臟)을 모두 보양하는 효능이 있는데, 특히 신장을 가장 잘 보양한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받아들여 저장하는 색이며 신장은 생명력을 저장하는 곳간이다. 검은 빛깔과 검은 성분은 신장에 좋은 영양이 되고 보약이 된다. 


중국의 명나라 때 왕여계(汪汝桂)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몹시 총명하였으나 몸이 몹시 허약했다. 아버지가 중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면서 그에게 “너는 의학을 공부해서 훌륭한 명의가 되어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의학을 공부해 몇 년 뒤에는 이름난 의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체질이 허약한 데다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해서 마흔 살도 되지 않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눈과 귀가 어두우며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온 몸이 쇠약해져서 칠십 넘은 노인처럼 되고 말았다. 


어느 날 왕여계는 제자들을 데리고 약초를 캐러 산에 갔다. 날이 저물어 절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나이가 100세 넘은 도인을 만났다. 도인은 눈과 귀가 총명하고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검고 걸음이 빠르기가 마치 나는 새와 같았다. 왕여계는 도인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승님! 저에게 양생(養生)의 도를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도인은 뜰에 있는 광나무 한 그루를 가리키며 “저 나무의 열매를 꿀과 술로 반죽해 쪄서 날마다 밥 대신 복용하라”고 했다.


왕여계는 도인이 가르쳐 준 처방에 자신의 지혜를 보태어 약을 만들었다. 곧 한련초(墨旱草)를 오랫동안 달여 풀처럼 만든 다음 광나무 열매 가루를 섞어 알약을 지었다. 그는 그 알약을 반년 동안 복용해 정력이 충만한 20대 젊은이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몇 년 뒤에 왕여계는 절강성으로 행의(行醫)를 떠났다. 거기서 우연히 고향 친구인 왕앙(王昻)을 만났다. 왕앙이 왕여계의 안색을 보니 얼굴에서 빛이 나고 옛날의 병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므로 무슨 좋은 약을 복용했느냐고 물었다. 왕앙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날마다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간과 콩팥이 몹시 허약해져 있었다. 왕여계가 알려준 대로 약을 만들어 복용한 왕앙은 20대 젊은이 못지않게 몸이 건강해졌다. 왕앙은 왕여계의 탁월한 의술에 감탄해 돈을 많이 주고 자기 집에 머물도록 했다. 


나중에 왕여계는 의약에 대한 책을 쓰면서 광나무와 한련초를 이용한 처방에 이지환(二至丸)이라 이름 붙였다. 이지환이란 이름은 광나무와 한련초의 채취 시기를 두고 지은 이름이다. 곧 광나무 열매는 동지(冬至)에 채취하는 것이 약효가 가장 높고, 한련초는 하지(夏至)에 채취한 것이 약효가 가장 좋다. 이지환은 동지와 하지 두 시기에 채취한 약초로 만든 약을 의미한다. 


검은색 약초 두 가지를 합쳐서 만든 이지환


광나무 열매와 한련초는 모든 약초 중에서 빛깔이 가장 검다. 광나무는 열매 속까지 검고 한련초는 줄기나 잎을 자르면 먹처럼 까만 즙이 나온다. 광나무 열매는 겨울을 대표하는 검은색 약초이고, 한련초는 여름을 대표하는 검은색 약초이다. 가장 검은 두 가지 약초를 합쳐서 만든 처방이 이지환인 것이다.


광나무는 엄동설한이 다가오면 제 세상을 만난 듯 생기가 넘치며 동지 무렵이 되면 열매가 속 중심부까지 먹빛으로 익어 진한 향기를 풍긴다. 한련초(旱蓮草)는 여름이 되면서 줄기와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해 하지 무렵에 줄기 속에 검은 즙이 가장 많아진다. 


한련초 역시 콩팥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머리칼을 검게 하고 잘 자라게 하는 효능이 있다. 광나무 열매는 한겨울철 태양의 양기가 응축(凝縮)된 것이고, 한련초는 한여름철 햇볕의 양기가 응집(凝集)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가 모이면 콩팥 기능을 자양하는 데 가장 좋은 약이 되는 것이다.


이지환은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물 1.5리터에 광나무 열매 30그램과 한련초 30그램을 넣고 두 시간쯤 약한 불로 끓여서 수시로 물이나 차 대신 마시면 된다. 날마다 달여서 먹기가 귀찮으면 광나무 열매 500그램과 한련초 500그램을 준비해 광나무 열매는 가루를 내고 한련초를 물로 4시간 정도 끓인 뒤 건더기는 건져내고 물만 물엿처럼 되게 농축해 꿀 60그램을 섞어서 광나무 열매 가루와 반죽해 오동나무씨만 하게 알약을 만든다. 이 알약을 하루에 9그램씩 따뜻한 물로 복용한다. 


간과 콩팥 기능이 허약한 사람이 이지환을 복용하면 오랫동안 가물었던 땅이 단비를 만난 것과 같이 생명력이 넘치게 된다. 광나무 열매만을 단방으로 써도 효과가 좋다. 열매에 청주를 뿜어 시루에 쪄서 곱게 가루 내어 5그램씩 아침저녁으로 먹는다. 심장과 콩팥이 튼튼해지고 변비가 없어지고 소변이 시원하게 잘 나간다. 허리와 무릎이 아픈 증상, 이명증, 신경쇠약, 불면증,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없어지고 눈이 밝아지며 피로가 없어진다. 모름지기 겨울철에 간과 신장을 보양하는 데 가장 좋은 약초 중 하나가 광나무 열매다. 


광나무 열매는 겨울이 제철이다. 조물주는 겨울철에 필요한 약초는 겨울철에 채취하도록 남겨 두었다. 광나무는 콩팥에 양기가 부족해지기 쉬운 겨울에 양기를 한껏 보태 줄 수 있도록 하늘이 정해 놓은 약초이다.


     

                                                                                                     글·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필자 약력

나라 안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약초전문가다. 

경북 성주 가야산 아래서 나서 자랐다.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고혈압, 암, 중풍 등 여러 가지 병을 앓았으나 약초를 이용해 스스로 치유했다. 약초를 연구하기 위해 히말라야, 아마존, 아프리카 등 세계 100여 나라를 여행했다. 


현재 지리산 운림동천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발로 찾은 향토명의>, <토종약초장수법>, <약초산행>,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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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 최진규 칼럼 2015. 3. 24. 16:59

25년 된 위장병을 고추장으로 완치하다


 

글•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오래 묵은 조선고추장은 천하명약

 



10여 년 전의 일이다. 마흔 넘어 보이는 한 여성이 찾아왔다. 내가 신문에 쓴 글을 읽고 찾아왔다고 한다. 키는 농구선수처럼 컸으나 몹시 야위어 바람이라도 불면 곧 쓰러질 것 같았다. 빈혈로 얼굴빛이 창백하고, 쇠꼬챙이처럼 말랐으며, 얼굴이 누렇게 뜬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중병을 앓아 온 것이 분명했다. 집 안에 들어오면서 마루에 엎드려 나한테 큰 절을 했다.


“선생님, 제발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선생님만이 제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글을 보고 선생님께서 반드시 제 병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는 확신이 들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의사도 한의사도 약사도 아닙니다. 제가 병을 고쳐 줄 수는 없으나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선생님, 저는 열여섯 살 때부터 위장병을 앓았습니다. 상한 오징어를 먹고 체한 것이 원인이 되었나 봅니다. 그 뒤로 속이 쓰리고 아파서 병원에 가 보았더니 위궤양이라고 하더군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먹었더니 처음에는 조금 나은 듯하더니 나중에는 더 심해졌습니다. 장도 나빠져서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설사가 났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도 받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집안 형편이 넉넉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돈을 많이 썼습니다. 유명한 병원, 유명한 의사, 용하다는 한의원은 다 찾아다니면서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았지요.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속이 쓰려서 밥은 먹지 못하고 죽을 먹으면서 버텼지만 위장병이 몹시 심해져서 20년 전부터는 죽도 먹지 못하고 뜨물만 먹어도 속이 쓰립니다. 요즈음에는 쌀로 흰죽을 묽게 쑤어 가장 고운 체로 건더기가 하나도 없게 걸러 낸 물만 마십니다. 가끔 사이다나 콜라, 과일주스 같은 청량음료도 마시는데 그런 걸 먹으면 속이 아파서 몇 시간 동안 고생합니다. 제 키가 172cm인데 몸무게는 36kg입니다. 먹기만 하면 속이 쓰리고 토하니까 빈혈이 생기고 뼈가 약해져서 이빨이 다 부러지거나 삭아서 빠지고 생리도 하지 않으며 허리, 무릎 같은 데가 아프지 않은 데가 없고 두통도 심합니다.


유명한 병원, 한의원 다 가 봤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가볼 데도 없습니다. 제 병 고치겠다고 부모님은 전 재산을 다 털어넣었고, 저는 마흔이 넘도록 결혼도 못 했습니다. 제 병 고치려고 부모님이 돈을 트럭으로 하나는 썼을 거라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도저히 고칠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살다가 죽기에는 제 인생이 너무 비참하고 억울합니다. 선생님 제발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위장이 모두 헐어 있고 구멍이 여러 군데 생겨서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합니다. 수술을 여러 번 해서 위장을 많이 잘라냈는데 이제 더 이상 잘라낼 것도 없다고 합니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고, 수술도 할 수 없고 아무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조금 남은 위를 모두 잘라내고 식도와 소장을 직접 연결하든지, 그 사이에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위장 비슷한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그것을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평생 혈관으로 영양제 주사만 맞으며 살다가 죽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들어보니 처지가 참 딱했다. 난감했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에 물었다.


“열흘 안에 완전하게 낫게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반드시 제가 권하는 대로 해야 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25년 넘게 앓은 병이 열흘 만에 낫는다고요? 선생님, 낫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제 병이 완전히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병으로 죽을 것입니다. 죽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원 없이 먹어 볼 수 있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어 굶어죽는다고 상상을 해보십시오.


못 먹으니까 기운이 하나도 없어 10m만 걸어도 피곤해서 하루 종일 앓아 누워야 되고, 한 달 동안 잠만 자도 몸이 한 번도 개운해 본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내 병이 낫는다면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라고 해도 할 것입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소?”


“약속하고 말고요. 이 자리에서 죽으라고 하면 죽겠습니다.”


“좋습니다. 열흘 안에 병이 완전히 낫게 해주겠소. 그 이유는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서약서를 쓰라고 하면 쓰겠습니다.”

 


▲햇볕에 잘 말린 고추로 빚은 조선고추장은 초강력 유산균을 품는다.


“5년 이상 묵은 조선 고추장 구해 오라”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집에 가서 5년 이상 묵은 조선 고추장 두 되를 구해 오시오. 반드시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근 것이라야 하며 공장에서 만든 것이나 가게에서 파는 것은 안 됩니다. 재래식으로 담근 오래 묵은 고추장을 구하여 갖고 오시오. 그러면 병을 고쳐 주겠소.”


“고추장은 아마 시골 고향에 알아보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돈은 없어도 됩니까?”


“돈은 필요 없소. 돈을 한 트럭이나 썼지만 병은 못 고쳤다고 하지 않았소?”


여자가 돌아간 지 사흘 뒤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고추장을 구했습니다. 시골 친척집에서 구해 왔는데 5년이 아니라 한 10년 묵은 거라고 합니다. 까맣고 굳어서 딱딱합니다. 이것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한 시간쯤 뒤에 급히 왔는지 여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혼자 오라고 일렀는데 일흔이 넘은 어머니와 같이 왔다. 어머니가 보따리를 풀어 고추장이 들어 있는 항아리를 내놓았다. 고추장은 초콜릿 빛깔이고 물기가 마르고 굳어서 딱딱했다. 먹어 보니 시큼한 맛이 나고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추장이 오래 묵어 잘 숙성된 것은 매운맛과 짠맛이 없어지고 은은한 신맛과 단맛이 나며 맛이 깊고 부드럽다. 과연 10년 넘게 묵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것을 구하느라고 수고하셨소. 이제 당신의 병은 다 나은 것이나 마찬가지요.”


나는 고추장을 숟가락으로 떠서 큰 사발에 가득 담았다. 고약처럼 굳어 있었으므로 따뜻한 물을 붓고 잘 저어서 묽게 했다. 걸쭉하고 진한 갈색 고추장에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나는 고추장이 찰랑찰랑 넘칠 만큼 가득 들어 있는 사발을 들어서 여자한테 주었다.


“지금 즉시 이것을 마시도록 하시오.”


“네? 선생님 저는 이걸 마시면 죽습니다. 물만 먹어도 속이 쓰린데, 고추장을 먹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의사 선생님이 맵고 짠 것은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못 먹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을 마신다고 해도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의 위장병을 고쳐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킬 것이오. 당신도 그 약속을 지켜야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먹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시오.그러면 위장병은 앞으로 영원히 고칠 수 없을 것이오. 지금까지 온갖 좋다는 약은 다 써 보았지요? 그러나 고추장은 한 번도 안 마셔봤을 것이니 속는 셈 치고 저를 한 번 믿어보시오.”


고추장 먹고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옆에 있던 여자의 어머니가 “선생님께서 설마 죽을 것을 먹으라고 하겠느냐, 옛날에 위장 수술을 하고 상처가 잘 아물지 않으면 고추장으로 밥을 비벼서 먹으면 잘 낫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면서 고추장을 마실 것을 권했다.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마침내 결심을 한 듯 고추장 사발을 들어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위장이 온통 헐어 있는 상태에서 고추장을 마시고 온전할 리 있겠는가? 여자는 곧 속이 아파 죽겠다고 배를 움켜쥐고 뒹굴기 시작했다. 고통으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거의 두 시간 동안을 땀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며 배를 싸안고 방 안을 데굴데굴 굴렀다. 게다가 설사가 심하게 나서 화장실을 열댓 번이나 들락거렸다.


통증이 약간 줄어들자 “선생님이 병을 고쳐 준다고 해놓고서는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고 들었다. 나는 병이 나을지 안 나을지는 열흘만 시키는 대로 해 보면 알 것이니 먼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열흘 뒤에 따질 일이 있으면 따지자고 달래서 집으로 보냈다. 고추장 항아리는 선반 위에 올려놓고 내일 오후에 다시 오라고 하였다.


다음날 오후에 여자는 혼자 왔다. “어제는 고추장을 먹었으니 오늘은 간장이라도 먹게 할 거냐”고 물었다. 어제 설사를 많이 했기 때문인지 기운이 더욱 빠져서 간신히 왔다고 한다. 나는 어제와 꼭 같이 고추장 한 대접에 따뜻한 물을 타서 잘 저어서 마시라고 주었다. 여자가 펄쩍 뛰었다. 고추장을 먹으면 이번에는 진짜로 죽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차피 위장병으로 곧 죽게 된 목숨이니 고추장을 먹고 죽으나 안 먹고 죽으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니 먹어 보라, 적어도 어제보다는 속이 좀 덜 쓰릴 것이며 설사도 적게 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여자는 그 말에 고추장 한 사발을 다 들이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배를 움켜쥐고 얼굴을 찌푸리며 방안을 데굴데굴 굴렀다. 화장실도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나 어제와는 달리 통증은 한 시간 만에 끝이 났다. 어제보다 속이 덜 쓰린 것 같다고 했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횟수도 몇 번 줄었다.


사흘째 되는 날 여자는 선반에 둔 고추장 항아리를 내려서 스스로 고추장을 떠서 물에 풀어 한 대접 마셨다. 속이 한결 편해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속이 쓰렸지만 이제 한결 나아진 것 같다면서 신기해하였다. 나는 고추장 항아리를 여자한테 주어 보냈다. 내일부터는 나한테 오지 말고 집에서 날마다 고추장 한 대접씩 따뜻한 물에 미숫가루 풀듯 풀어서 마시라고 했다.

 


▲오래 묵힌 새우젓도 몸에 매우 이롭다.


일주일 뒤에 여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몹시 들뜨고 기쁜 음성이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제 저는 살았습니다. 밥이 먹고 싶어서 오늘 아침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밥을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전혀 속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밥을 실컷 배부르도록 먹었어요. 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이 세상에서 제일 기쁜 날입니다. 된장, 간장, 과일,생선 먹고 싶은 거 뭐든지 다 먹어도 속이 하나도 안 아파요. 선생님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열흘 뒤에 여자는 늘 다니던 병원 의사한테 들렀다가 왔다. 이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까 의사가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내시경 사진에서 위장에 아무런 궤양도 염증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5년을 앓던 위궤양이 열흘 만에 흔적도 없이 나아버린 것이다. 여자는 어떻게 해서 이런 기적 같은 치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단지 묵은 고추장을 먹었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신비로운 치료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나는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주었다.


묵은 고추장 속 초강력 유산균의 신비한 효능

“위궤양을 일으키는 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입니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궤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면역력을 길러 주고 몸 안에 있는 특별한 효소를 만들어 주는 촉매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위궤양의 근본원인이라면 한국 사람의 90퍼센트는 위장에 헬리코박터 균이 살고 있으므로 그렇다면 그 90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위궤양에 걸려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궤양이 헬리코박터 균만이 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헬리코박터 균은 유산균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산균이 헬리코박터 균을 잡아먹고 번식을 억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산균 음료나 요구르트를 위궤양 치료제로 쓰고 있지요. 그렇다면 많은 유산균을 이용한 음식이나 의약품 중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유산균은 어디에 들어 있을까요?


유산균은 먹이와 온도를 갖추어 주면 엄청난 속도로 증식해 하루에 수십, 수천억 배씩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자란 유산균이 다른 균을 잡아먹거나 죽이는 작용이 셀까요? 우유를 먹고 자란 유산균이겠습니까? 고추장을 먹고 자란 유산균이겠습니까? 물론 고추장을 먹고 자란 것이 힘이 수만 배 더 셉니다.


유산균을 비롯한 여러 생체에 이로운 균류들은 싱거운 우유를 먹고 자란 놈이 힘이 제일 약하고, 그 다음 그보다 힘이 더 센 것은 설탕을 먹고 자란 놈입니다. 가장 센 놈은 소금을 먹고 자란 놈이지요. 그런데 고추장은 짤 뿐만 아니라 맵고 짭니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유산균은 이 악조건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모질고 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추장 속에서 자란 유산균류들은 우유 같은 것을 먹고 자란 유산균류보다 수천만 배나 수억 배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5년 넘게 묵은 오래 된 고추장이라야 하는가? 지독하게 맵고 짠 고추장 속에서 번식과 성장을 계속하며 장구한 세월 동안 살아남은 유산균류들은 어떤 나쁜 균도 단숨에 해치울 수 있는 천하무적의 군대와 같습니다.고추장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항생제라고도 할 수 있지요.


위궤양으로 위가 심하게 헐어 있는 상태에 고추장이 위장에 들어가면 고추장의 끈적끈적한 성분이 위장 전체를 풀로 도배하는 것처럼 둘러쌀 것입니다. 헐어 있는 위점막과 천공이 생긴 부위에도 파고 들어가서 위장을 둘러싸서 위벽을 보호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고추장에 살고 있는 유산균류들이 헬리코박터 균을 잡아먹습니다. 유산균류 한 마리가 아마 헬리코박터 균 수백 수천 마리를 잡아 없앨 것입니다. 곧 순식간에 헬리코박터 균을 비롯한 나쁜 균들을 싹 죽여 버리고 위벽을 감싸서 보호합니다. 그리고 고추장에 들어 있는 여러 효소성분들이 위벽과 점막이 빨리 생성되어 회복되게 도와줍니다. 당연히 오래 묵은 것일수록 효과가 더 뛰어납니다.


고추장뿐만 아니라 된장, 김치, 간장, 새우젓, 청국장, 식초 같은 고유의 전통 발효식품에도 신비로운 약효가 숨어 있습니다. 나는 오래 묵은 간장으로 말기 간암 환자를 완치한 적이 있고, 된장으로 온갖 간질환과 대장질환을 고쳤으며, 파김치로 당뇨병을 고쳐 주기도 했습니다.


사람 몸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입니다. 불과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헐어서 엉망이 되어 있던 위장이 흔적도 없이 나아버리는 것이 자연치유력이라는 우리 몸에 내재되어 있는 능력입니다.”

     

                                                                                       

필자 약력

나라 안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약초전문가다. 

경북 성주 가야산 아래서 나서 자랐다.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고혈압, 암, 중풍 등 여러 가지 병을 앓았으나 약초를 이용해 스스로 치유했다. 약초를 연구하기 위해 히말라야, 아마존, 아프리카 등 세계 100여 나라를 여행했다. 


현재 지리산 운림동천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발로 찾은 향토명의>, <토종약초장수법>, <약초산행>,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 등이 있다.



posted by 빈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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